우린 둘다 미혼의 40대
나이는 비슷하지만 그분은 국내 대표 기업 중 한곳의 임원이기도 하고 회사생활도 일찍 시작해서 20년이 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팀장도 시켜주었는데,
나는 그게 참 좋으면서도 내게 너무 과분한 자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그 좋은 회사를 벗어나려고 고민을 많이 했고
유학이라는 초강수를 두어 회사를 그만두었지.
유학은 실패로 한학기도 못채우고 돌아왔고
이후에도 여러 회사를 기웃거리며 운좋게 계속 팀장 자리들을 맡으면서 월급쟁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내 실력을 그분도 뻔히 다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의 갑작스러운 퇴사 결정을 그럭저럭 흔한 퇴사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 오랜만에 만나 팀원들에 대한 평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가 **님 믿었다가 발등 찍혔잖아요’라고 하시는 걸 듣게되었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
나는 그분이 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할거라고 생각해왔다.
지금이야 친구처럼 만나서 같이 걷고 다음엔 여행도 같이 가자고 말하는 사이가 되었지
같이 일하는 동료로 나를 높게 평가할리 없으리라 단정했다.
그런데 본인은 부하직원을 오래 보고 판단하는만큼 사람에 대한 판단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 끝에
나온 말이라 안도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남들 칭찬에 내 마음이 움직이는 법이 없는 건 쉽게 변하진 않겠지
이제는 조금은 누리고 살아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