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마지막 학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출근했던 회사.
그렇게 시작한 회사생활이 햇수로 20년이 넘었다.
2026년, 한국나이로 벌써 45살이라는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1월 1일 아침에 카페에 가서 한해씩 뭐하고 살았나,키워드를 뽑아봤다.
2006년
너무 멋진 상무님, 부장님이 뽑아주신 회사
상무님은 이후에 국내 최고 인터넷 기업 대표직을 오래 하시고 현재는 장관직에 계시고
부장님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Exit에 성공하셨다.
이런 분들 가르침 아래에서 시작했던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고, 20년 동안 그들의 치열한 행보와 성과를 보면 타고난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07년
대학 때 노느라 못한 연애를 찐하게 너무 재미나게 했지
2008년
강남에서 서소문으로 이사
지금 생각하면 그런 곳에 참 잘도 살았고,부자집 도련님 같았던 그 아이도 참 철없이 나를 좋아했네
베트남 사파 여행
2009년
뉴스팀으로 이동
이별하고 살도 쭉쭉 빠져봤던 것 같고
2010년
대리 승진도 하고 8월에 드디어 퇴사
바로 워크캠프로 일본행
11월쯤일까 한국 돌아와서 백수로 지내기
2011년
평소 이런 회사면 좋겠다고 생각한 회사에 경력직 공채로 합격했다.
입사 전에 호주 여행을 떠났고, 멜번에 살고 있는 친구네서 신세도 졌던 기억이 나네
2012년
일 꽤 잘 했던 시절이다.
그땐 나 좋다는 사람들과 연애를 해도 늘 오래 가지 못했던 나
2013년
홋카이도를 다시 여행했는데 모든 코스와 날씨가 완벽했고
2014년
엄마랑 대만에 가며 한해를 시작했고
너무 살아보고 싶었던 연남동에 예산에 들어오는 전세집이 나와서 이사도 했다.
가을엔 생애 첫 유럽, 덴마크 이탈리아 여행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지
회사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껴 여기저기 면접도 많이 봤고
참 잘 팔렸다. 다 붙었던 기억
그러다 지주로 보내준대서 이직하지 않고 스테이
2015년
과장 승진했다.
이상한 조직으로 보내졌고, 말도 안되는 상황 속이었지만 일 자체는 참 미련없이 재미나게 했더랬다.
그리고 9월 퇴사
런던에 어학연수를 떠났다.
2016년
꿈에 그리던 아이슬란드 여행, 노르웨이, 독일, 파리, 미국
원없이 여행하고,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외국인도 생기고 신기하고 재밌고 여행지에선 적당히 외롭게도 지냈다.
한국에 오자마자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좋은 기회를 만나서 너무 좋은 회사에 취업
2017년
나를 좋게 봐주신 리더님이 날 팀장에 앉혀주셨다.
일도 어렵고 파트 리더도 안해봤는데 팀장 맡고 보니 매일매일이 눈물이었다.
살도 역대급으로 찌고 홍대-강남 출퇴근 하면서도 파고다 학원에 아침마다 가고 카페에서 홀로 보내는 아침의 고요가 좋았지.
외가식구들과 여수 여행도 가고, 엄마도 쉬고 계시던 때라 서울 데이트도 많이 했네
좋은 회사가 이전 회사보다 연봉을 많이 주어서 여유로워진 삶
엄마아빠 모시고 미국여행도 갔다.
효도할 수 있어서 너어어어무나 행복했다.
2018년
말도안돼. 또 꿈에 그리던 회사에 합병이라니-
하지만 맡은 일은 여전히 어려웠던 것 같아.
마침 분당으로 이사가니까 인천-분당 출퇴근을 각오해버리는 나의 극단.
이 좋은 회사를 그만두려면 유학 정도의 핑계는 필요하니까
호주 대학원 원서 넣은게 붙어서 퇴사 성공
맞다 집도 샀네.
2019년
한여름의 시드니는 너무 힘들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회사에서 직원 지원도 빵빵한 회사 다니다가
처음부터 다 헤쳐나가야하는 호주 생활은 쉽지 않았다.
졸업 후 기대 소득도 한국보다 낮고.
공부 자체는 확실히 재미났지만 그 밖의 것들이 내가 견딜 수 없음을 확신했고
빠르게 탈출
한국 오는 길에 삿포로도 다시 가고 10년만에 제주 여행도 가고
평소 눈여겨봤던 크고 좋은 회사에 운좋게 지원하면서, 불합을 대비하여 중견기업에도 지원했다.
결국 중견기업-좋은 회사-다시 중견기업 선택이라는 인생 최대 고민을 해왔던 날들
인생 살면서 결정이 어려웠던 적이 이 나이까지 한번도 없었다는게 오히려 복인건가?
수많은선택지, 그로인해 달라질 내 인생이 너무나 선명했던 때
모든 것이 정리되었을 무렵엔 언니네 가족이 와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2020년
코로나 첫 해.
아빠 칠순 잔치를 엄마가 성대하게 차려냈다.
2월엔 발리도 갔네.
6월엔 엄마 허리 골절.
코로나로 면회도 안되고 너무 끔찍했다.
매일 바쁘게 살던 일상이 무너지고 인생의 모든 궁금증과 목표는 다해봐서 이제 남은건 연애와 결혼이라는 생각에 듀오에도 가입해봤네.
운전면허도 땄다.
2021년
일상이 중요해져서 주거 환경을 바꿔야 겠다고 생각하고 지금 동네로 이사
집이 너어어어어무 좋았다. 사람들 초대해서 수다 떨고 맛있는거 먹고-
집덕분에 참 좋은 시간을 보냈지
3월엔 회사 투자를 받았어.
5월에 엄마아빠랑 서울 나들이를 하는데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셨는데
6월에 암 진단을 받으셨다.
엄마 모시고 병원 다니려고 차도 사고
평소 남한테 부탁하는것도 못하는데 서울대병원 예약도 무리해서 했는데
역시 가보지 않은 길은 후회가 남아.
그냥 처음 진단 받은 병원에 계속 다녔음 달랐을까.
언니가 황급히 한국에 들어왔다.
리모트로 일을 하면서 승진 준비도 하고
집에서 엄마를 돌보고 우리 네가족 같이 제주 여행도 갔지
언니랑도 못해본 서울 데이트도 했다.
제주도에서 통증이 갑자기 심해진 엄마는 서울 와서 받은 검사에서 암전이 판정을 받았다.
언니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엉엉 울었던 것 같다.
2022년
엄마와 이별하고, 다니던 회사도 그만 뒀다.
백수로 요가-피아노-수영 다니며 일상을 보냈다.
그때 그렇게 지낼 수 있었던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대단하다.
역시 나는 엄마 딸이구나.
프리랜서 3달 해봤고 감사하게 직원 제안도 받아보고
11월에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네.
골프를 시작했다.
2023년
여의도에서 처음 맞이해보는 봄
골프 시작 후 처음으로 라운딩도 나가보았네.
방통대도 등록해서 한학기 다녀봤고
함께 슬픔을 겪었던 이모, 외삼촌, 아빠랑 같이 가을의 홋카이도도 여행했다.
11월에는 친구들과 함께 미국 여행도 갔다.
간 김에 언니랑 형부 만나서 함께 여행하고
뒤늦게 코로나에 걸려버림
2024년
1월부터 연애도 시작했네.
임장도 다녀보고, 집도 이사했다.
5월에는 아빠랑 미국여행도 다녀왔다.
남친과 헤어지고 크고작은 여러 썸도 있었구나
2025년
회사에서 팀장을 맡으면서 업의 본질과 회사의 민낯을 좀더 많이 알게되었다.
연애도 시작했고
5월엔 남해에도 가고, 캠핑도 가고
8월엔 대만, 9월엔 뉴질랜드
여행도 참 많이 다녔네
그런데 9월부터는 몸이 너무 아팠지.
집에는 여전히 정을 못붙였고.
2026년
올해에는 중요한 결정을 많이 내리게 될 것 같다.